스릴러소설은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인기 장르입니다.
강력한 서사 구조, 예측 불가능한 전개, 반전의 묘미, 감정의 폭발이 조화를 이룰 때
한 편의 스릴러는 독자에게 오랜 여운을 남깁니다.
하지만 똑같이 스릴러라는 이름 아래 쓰인 작품들 중에서도
어떤 작품은 오랫동안 회자되고, 어떤 작품은 금세 잊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전개 방식의 차이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콘텐츠 트렌드와 베스트셀러 스릴러의 구조를 기준으로
‘감정 중심 전개 방식’과 ‘사건 중심 전개 방식’의 명확한 차이점과
각 방식이 가져오는 장단점, 독자층의 반응까지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감정 중심 전개 방식: 인물의 감정이 사건을 이끈다
감정 중심 스릴러는 단순히 범인을 찾거나 사건을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사건은 ‘이유’가 아니라 ‘결과’이며, 주된 서사의 동력은 인물의 내면과 감정선입니다.
즉, 스토리의 핵심은 ‘무엇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어떤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가?’입니다.
✅ 주요 특징
- 서사 전반이 감정의 흐름을 중심으로 구성됨
- 사건보다 인물의 동기, 상처, 갈등에 집중
- 플래시백, 일기, 내면 독백 등의 장치가 자주 사용됨
- 느린 호흡이지만 정서적으로 깊이 있는 몰입감을 제공
✅ 대표 사례
-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수학 천재 이시가미의 비극적 사랑과 희생이 핵심이다.
범인은 초반에 밝혀지지만, 독자는 “왜 그가 그런 선택을 했는가?”에 집중한다. - 『살인의 문』 – 히가시노 게이고
오랜 친구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미묘한 감정과 증오가 사건을 유발한다.
살인보다도 그 배경이 된 정서와 기억의 흐름이 중요한 스토리이다. - 『The Silent Patient』 –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범인은 누구인가 보다, 왜 주인공이 말을 하지 않는가, 그 감정적 배경에 집중한다.
✅ 장점
- 인물에 감정이입이 쉬워, 몰입감이 강력하게 유지됨
- 독자에게 정서적 여운과 메시지를 남길 수 있음
- 심리학적 요소, 인간 내면에 대한 철학적 탐구와 잘 어울림
- 작가가 작품의 세계관을 섬세하게 설계할 수 있음
✅ 단점
- 느린 전개로 인해 일부 독자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음
- 플롯보다는 감정에 치우쳐, 긴장감이 약할 수 있음
- 대중성보다는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로 평가될 수 있음
2. 사건 중심 전개 방식: 플롯의 힘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다
사건 중심 스릴러는 독자에게 긴장, 속도, 반전, 정보 해석이라는
순간적인 몰입의 쾌감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범인은 누구인가?’, ‘단서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중심으로 서사가 흘러가며, 빠른 템포와 충격적인 전개가 특징입니다.
✅ 주요 특징
- 살인, 유괴, 폭력, 정치 음모 등 강력한 사건이 중심
- 단서 수집과 반전 중심의 플롯
- 인물보다는 상황이 서사의 주도권을 잡음
- 클리프행어와 시간제한 구조가 자주 사용됨
✅ 대표 사례
- 『다빈치 코드』 – 댄 브라운
역사적 음모와 상징 해독이라는 복잡한 사건이 스토리를 주도한다.
인물의 감정보다는 단서 해석과 추적의 재미가 핵심. - 『더 걸 온 더 트레인』 – 폴라 호킨스
기억상실, 목격자의 모호함, 다양한 관점을 통해 사건의 재구성에 초점. - 『Gone Girl(나를 찾아줘)』 – 길리언 플린
1부는 감정 중심, 2부부터는 전형적인 사건 중심 추리 플롯이 전개된다.
✅ 장점
- 빠른 템포로 독자의 집중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음
- 페이지터너 스타일로 강한 중독성 유도
- 넷플릭스, 영화화 등 미디어 믹스에 최적화
- 정보의 단편적 제공과 추리의 재미가 크다
✅ 단점
- 인물들이 감정적으로 평면적일 수 있음
- 사건 위주 전개는 클리셰에 빠지기 쉬움
- 독자가 책을 덮은 후 정서적 여운은 부족할 수 있음
3. 감정 중심 vs 사건 중심: 무엇이 더 나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우열은 없다. ‘목적’에 따라 다를 뿐이다.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독자에게 줄 경험의 유형, 연출 방식에 따라
감정 중심과 사건 중심은 공존하거나 결합되기도 한다.
✔ 감정 중심이 적합한 경우
- 인간의 성장, 내면의 변화, 상처, 트라우마 등 감정적 요소가 중요할 때
- 단순한 플롯이지만 복잡한 인물 관계를 강조하고 싶을 때
- 사회적 메시지나 인간 본성을 깊이 탐구하는 스토리를 원할 때
✔ 사건 중심이 적합한 경우
- 독자에게 몰입과 긴박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을 때
- 상업성, 대중성, 영상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 빠른 리듬과 짧은 호흡으로 시장 반응을 기대하는 경우
결론: 성공적인 스릴러는 감정과 사건이 균형 있게 엮인다
현대 베스트셀러 스릴러의 대부분은
단일 방식이 아닌, 감정 중심과 사건 중심의 균형을 시도합니다.
『Gone Girl』은 사건 중심처럼 시작되지만,
결국 결혼과 신뢰, 페미니즘이라는 감정의 심연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감정 중심이지만,
사건의 치밀한 구조와 추리적 장치가 전개를 긴밀하게 이끌어갑니다.
📌 스릴러를 기획하거나 쓰고자 하는 작가라면
다음 질문을 꼭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 독자가 감정에 몰입하기를 원하는가, 상황에 몰입하기를 원하는가?
- 이 이야기가 끝났을 때, 독자에게 어떤 여운을 남기고 싶은가?
- 주인공의 선택과 감정이 이야기의 핵심 동력인가, 아니면 사건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명확히 할 수 있다면,
당신은 독자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스릴러를 쓰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