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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작가와 비교한 히가시노 게이고 스릴러의 차별점

by happy stella 2025.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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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독자들에게도 가장 널리 알려진 스릴러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를 세밀하게 탐구하는 문학적 깊이를 지닌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 스릴러 작가들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차별점을 서사 구조, 인물 심리, 그리고 주제 의식의 세 가지 관점에서 비교하여 분석한다. 이를 통해 히가시노 스릴러가 왜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서사 구조의 차이: ‘트릭 중심’ vs ‘정서 중심’의 접근

한국 스릴러 작가들은 대체로 현실적 서사와 감정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손장훈, 정유정, 김호연 같은 작가들은 사회문제와 인간 내면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작품의 긴장감을 사건의 진행과 감정의 폭발에서 만들어낸다.

이와 달리 히가시노 게이고는 트릭 중심의 구조적 서사를 바탕으로, 감정보다는 ‘논리의 미학’을 통해 독자를 몰입시킨다.

 

그의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은 범죄의 동기보다 ‘논리적으로 완벽한 헌신’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즉, 독자가 인물의 심리에 공감하기 이전에, 그가 설계한 사건의 논리적 완성도에 먼저 매혹된다. 반면 국내 스릴러는 《7년의 밤》이나 《종의 기원》처럼 서사적 감정선을 따라가며 인간의 내면을 정서적으로 해석한다.

이 차이는 문화적 이야기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한국 스릴러는 독자의 감정 이입을 우선시하며, 일본 스릴러는 독자의 사유와 해석을 자극한다.

히가시노는 서사 구조 속에 인간의 윤리를 수학적 공식처럼 배치하고, 그 공식을 따라가며 독자가 스스로 감정의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이런 ‘논리적 서정성’이 바로 그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인물 심리의 표현: ‘감정의 폭발’ vs ‘정적 긴장감’

한국 스릴러의 인물들은 감정의 변화가 격렬하다. 극적인 사건 속에서 인물의 내면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때로는 분노나 절망 같은 감정이 서사를 이끌어간다.

예를 들어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복수와 죄의식이라는 극단적 감정이 서사 전반을 지배하며, 독자는 인물의 심리 폭발을 통해 긴장을 경험한다.

 

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물들은 겉으로는 냉정하지만, 그 내면에는 절제된 정적 긴장감이 흐른다. 그는 인물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행동과 대화 속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숨겨둔다.

예를 들어 《백야행》의 료지와 유키호는 감정 표현이 거의 없지만, 그들의 침묵이 오히려 더 큰 심리적 압박감을 준다.

 

이처럼 히가시노는 ‘말하지 않는 감정’을 통해 긴장감을 만든다. 한국 스릴러가 폭발적 감정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히가시노는 감정의 결핍과 침묵 속에서 공포와 슬픔을 끌어낸다. 이 정적 긴장감은 일본적 미학의 핵심인 ‘와비사비(侘寂)’ 감성과 맞닿아 있으며, 서스펜스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즉, 그의 스릴러는 외적인 폭력보다 내적인 불안을 통해 독자를 흔든다.

 

 

 

주제 의식의 차별성: ‘사회 비판’ vs ‘인간의 본질 탐구’

한국 스릴러는 사회적 맥락과 현실 문제를 강하게 반영한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은 범죄 심리를 통해 도덕과 인간성의 경계를 묻고, 손장훈의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같은 작품은 현대사회의 소외와 윤리의식 문제를 다룬다. 즉, 한국 작가들의 스릴러는 사회비판적 기능이 강하다.

 

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릴러는 사회적 문제보다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그는 선과 악의 경계를 단순히 나누지 않고, “인간은 왜 악을 선택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악의》에서는 질투,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사랑, 《방황하는 칼날》에서는 정의와 복수의 모호함을 통해 인간이 가진 감정의 복잡성을 서스펜스 구조 안에 녹여낸다.

 

또한 히가시노의 작품에는 도덕적 중립성이 존재한다. 그는 독자가 범죄를 단죄하기보다, 범인의 감정에 공감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한다. 이는 윤리적 판단을 유보시키고, 독자가 인간의 본질적 모순과 마주하게 만든다. 이 점에서 그의 스릴러는 철학적 사유를 동반하며,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닌 인간 내면 탐구의 서사로 확장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릴러는 국내 작가들과 달리 감정보다 구조, 사건보다 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트릭의 언어로 재구성하며, 논리와 감정이 공존하는 독특한 문체를 완성했다. 한국 작가들이 사회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히가시노는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현미경이다.

그의 스릴러는 잔혹하지 않지만, 그 안에 더 깊은 심리적 폭력성이 숨어 있다.

결국 히가시노 게이고의 차별점은 ‘범죄의 이야기’를 넘어 ‘감정의 철학’을 탐구하는 문학적 태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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