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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라피스트 리뷰 (심리 서스펜스, 불신의 미로)

by happy stella 2025.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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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라피스트(The Therapist)』는 베스트셀러 작가 B.A. 페리스(B.A. Paris)가 2021년에 발표한 심리 스릴러 소설로,
평범해 보이는 주택 단지의 이면에 숨겨진 살인사건과,
그 진실을 쫓는 한 여성의 심리적 혼란과 불신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 『비하인드 도어』, 『브링 미 백』, 『브레이크 다운』 등에서 독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흔들던 B.A. 페리스는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미세하고 내밀한 공포, 그리고 사회적 위선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더 테라피스트』는 특정 인물 하나를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물과 주인공 자신까지 신뢰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무너지는 현실과 진실을 좇는 심리적 추적극이다.

‘이웃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공포를 넘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이 진짜인가?’라는 심층적인 불안감까지 자극하는 이 작품은 심리 스릴러 장르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1. 낯선 공간과 관계의 불신: 완벽한 커뮤니티의 어두운 이면

소설의 배경은 런던 외곽의 고급 타운하우스 단지, '더 서클(The Circle)'.
주인공 앨리스는 연인 리오와 함께 이 단지의 한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어딘가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웃들은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무관심하다.
그리고 앨리스는 자신이 이사 온 집에서 과거에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그 여성의 이름은 니나 매독스, 직업은 테라피스트.
그녀는 이 집에서 처참하게 살해되었으며, 그 사건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후 앨리스는 니나에 대해 알아가고, 동시에 이웃들의 태도에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는 니나의 이야기를 숨기려 하고, 누군가는 그녀에 대해 이상한 감정을 품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애써 무관심한 척한다.

이처럼 고립된 커뮤니티 속 집단의 위선과 방관은 이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강화한다.
B.A. 페리스는 ‘더 서클’이라는 공간을 통해 겉보기에 평화롭고 단정한 곳조차
얼마든지 은폐와 거짓, 폭력의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신뢰의 붕괴: 심리 묘사와 ‘믿을 수 없는 화자’의 활용

 

『더 테라피스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서사적 장치는 ‘믿을 수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 기법이다.
앨리스는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주변의 작은 단서들에 집착하기 시작하고, 독자는 그녀의 말과 판단을 그대로 믿을 수 없게 된다.

앨리스는 종종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고, 리오의 말에도 확신을 갖지 못하며, 이웃들의 말과 행동을 끝없이 해석하고 재해석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소설은 전형적인 추리소설과는 달리 ‘논리적으로 맞는 사람이 범인일 것이다’라는 기대를 깨트리고, 오히려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 “당신은 지금까지 읽은 정보가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했는가?”
  • “당신은 주인공이 본 것을 진짜라고 믿었는가?”
  • “혹시 당신은, 주인공과 함께 조작된 진실을 믿어왔던 건 아닐까?”

이러한 심리적 게임은 『더 테라피스트』의 긴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또한, B.A. 페리스는 간결하면서도 정서적으로 밀도 높은 문장을 통해 앨리스의 불안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시선과 감정을 동시에 공감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복합적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3. 진실과 반전: 모든 사람이 거짓을 말할 때

 

이야기의 후반부에 다다르면 앨리스는 니나의 과거를 파헤치기 위해 그녀의 지인들, 옛 치료 대상자, 경찰과 직접 접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단순하지 않다.

모두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으며, 니나의 죽음은 생각보다 더 복잡한 인간관계와 감정적 상처, 치료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위태로운 만남과 얽혀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건 앨리스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가장 가까운 인물조차 결코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결말에서 독자는 앨리스의 불신이 과도한 편집증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자신의 트라우마에 얼마나 취약했는지, 그리고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또 다른 상처 속에 몰아넣었는지도 알게 된다.

『더 테라피스트』의 반전은 단순한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넘어서 독자의 심리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건은 끝났지만, 과연 그녀는 회복될 수 있을까?”라는 마지막 질문은 앨리스의 삶을 넘어 독자의 내면에도 잔잔한 불안을 남긴다.

 

결론: ‘정상’의 탈을 쓴 불안, 그 밑에 숨은 진짜 공포

 

『더 테라피스트』는 단지 범죄의 실체를 밝히는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심리적 고립과 신뢰의 붕괴, 집단 속 개인의 외로움과 침묵의 공모를 다룬다.

지극히 정상처럼 보이는 사람들,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집들, 겉으로 화목한 이웃들과 파티…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쉽게 거짓과 폭력의 무대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B.A. 페리스는 탁월한 관찰력으로 포착해 낸다.

심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더 테라피스트』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긴장감 넘치는 서사와 함께 무의식 속 불신의 씨앗을 건드리는, 지속적인 긴장과 감정의 파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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