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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 살인사건 리뷰(시리즈 결말, 반전 심리 스릴러)

by happy stella 2025.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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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 살인사건(Endgame)』다니엘 콜(Daniel Cole)의 울프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작품으로,
전작 『봉제인형 살인사건(Ragdoll)』과 『꼭두각시 살인사건(Hangman)』의 모든 복선과 심리, 권력 구조, 감정의 실타래를 하나의 ‘엔드게임’으로 정리해낸다.

이번 작품에서 다니엘 콜은 단순한 범죄해결이 아닌
"무엇이 정의인가", "누가 심판자인가"라는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질문을 작품의 핵심 주제로 밀어붙인다.

3부작 전체에서 반복되던 비윤리적 정의의 딜레마,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 붕괴,
그 모든 것이 이 작품에서 감정적으로, 구조적으로, 철학적으로 폭발한다.

 

1. 울프의 귀환: 영웅인가 괴물인가, 정의의 불편한 얼굴

 

전작 『꼭두각시 살인사건』 이후 잠적했던 형사 윌리엄 F. 울프(워포스)드디어 복귀한다.

하지만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경찰계에서 파면되었고,
심리적으로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정의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정의’는 더 이상 법적 윤리를 따르지 않는다.

울프는 이번 사건을 통해 이전 사건에서 해결되지 못한 시스템 내부의 부패와 조직적 은폐를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이제는 추적자가 아니라 추적당하는 자가 된다.

이 작품에서의 울프는 ‘영웅’과 ‘파괴자’의 이중적 이미지로 묘사되며,
그의 귀환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복수다.

“울프는 정의를 원했지만, 끝내 정의를 증명하려 했다.
그것은 법의 방식이 아니라, 고통의 방식이었다.”

 

2. 사건의 배경: 살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엔드게임』은 어느 날 호텔 스위트룸에서 경찰 고위 간부가 의문의 사망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처음엔 단순한 자살이나 내부 사고처럼 보였지만,
울프는 이 사건이 더 크고 오래된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점을 직감한다.

이 살인사건은 10여 년 전, 경찰 내부에서 은폐된
하나의 잘못된 수사와 억울한 희생자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울프는 이 과거를 되짚으며,
현재의 피해자들이 왜 죽는지보다, 과거의 정의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추적한다.

사건은 단순한 연쇄살인극으로 보이지만,
그 배후에는 권력, 침묵, 복수, 그리고 집단적 죄의식이 숨겨져 있다.

이 작품에서 ‘살인’은 도구일 뿐이며,
사건의 본질은 누가 죄를 숨기고, 누가 그것을 기억하는가에 있다.

 

3. 심리적 전이: 울프, 백스터, 에드먼즈의 무너지는 균형

 

울프가 중심으로 돌아오면서,
다른 주요 인물들도 감정적으로 결정적인 분기점에 도달한다.

▸ 에밀리 백스터

전작에서 FBI 수사관으로 활약했던 백스터는 이번 작품에서 울프와 재회하며
그의 방식에 다시 휘말린다.
하지만 그녀 역시 과거의 사건들로 인해 정서적 탈진과 조직 내부의 신뢰 붕괴를 겪고 있다.

백스터는 법과 울프 사이에서의 갈등,
그리고 사적 감정과 공적 책임 사이에서의 불안정한 흔들림을 보여준다.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무너지는 정의 앞에서 사람은 어디까지 싸워야 하는가’를 대표한다.

▸ 에드먼즈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조용하지만 핵심적인 인물.
정보 수집과 해석의 천재지만,
그 역시 심리적 고립과 윤리적 혼란을 경험한다.
그는 울프를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하며, 백스터를 따르면서도 외면한다.

이 세 인물의 심리적 해체와 재구성
작품의 서스펜스를 넘어서 실존적 긴장감으로 확장된다.
그들은 모두 피해자이자 공범이며,
결국 누구도 깨끗하지 않다는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4. 구조와 반전: ‘엔드게임’이라는 제목의 진정한 의미

『엔드게임』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마지막 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소설은 장기에서 ‘엔드게임(끝내기)’처럼
모든 조각이 제자리를 떠나, 몇 수 안에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을 상징한다.

작품 전체는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체스판처럼 구성되어 있다:

  • 플래시백과 현재 시점의 반복
  • 한 사건 안에 숨겨진 다중 해석 구조
  • 트릭보다 감정으로 독자를 속이는 반전

다니엘 콜은 전작들보다 훨씬 더 정제된 서사 기법을 사용하여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어떤 진실을 누구에게 감출 것인가
를 중심에 둔다.

마지막 장에서 드러나는 놀라운 진실과 울프의 결정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철학적 선언으로 읽힌다.

 

결론: 피날레가 아닌 '가장 불편한 질문'의 시작

『엔드게임 살인사건』은 단지 이야기의 마무리가 아니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긴다:

  • 법이 놓친 정의는 누가 실현할 것인가?
  • 우리가 믿는 ‘영웅’은 과연 옳았는가?
  • 피해자를 위한 복수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는 않았는가?

다니엘 콜은 이 작품을 통해
장르적 재미와 서사적 감동을 넘어서
윤리적 충격과 심리적 고통을 함께 선사한다.

울프는 떠나고, 사건은 끝났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엔드게임 살인사건』은 스릴러의 외피를 쓴 사회심리극이며,
도덕적 시험대이며,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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