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연 작가의 스릴러는 단순한 반전이나 충격이 아닌, 현실 속 갈등과 심리적 압박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그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직장인들이 겪는 피로와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조직 내 불합리함 등을 정교하게 묘사하며 직장인 독자층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직장인에게 추천할 만한 정해연 작가의 몰입형 스릴러 작품을 중심으로, 그 특징과 독서 후 얻을 수 있는 통찰을 리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이런 게 어른이라면』 – 직장 내 생존을 그린 스릴러
『이런 게 어른이라면』은 정해연 작가가 직장인 독자층에게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스릴러입니다. 이 작품은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누구인지,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야기는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여성 주인공이 직장 내 따돌림, 성차별, 경력 단절의 위기를 겪으면서 시작됩니다. 동료들은 그녀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상사는 은근한 차별과 협박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합니다. 그녀가 느끼는 고립감과 무력함은 실제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본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정해연은 이 작품을 통해 직장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책임, 성과, 관계, 위계, 그리고 그 이면의 폭력까지. 이러한 요소들이 응축된 직장이라는 공간은, 이 소설 속에서 스릴러의 주요 배경이자 갈등의 무대가 됩니다.
작품은 겉으로는 조용한 전개를 보이지만, 인물 간의 감정 충돌과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으로 독자를 몰입하게 합니다. 특히 조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표정을 관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많은 직장인들에게 ‘이건 내 이야기’라는 느낌을 줍니다.
『순결한 식사』 – 일상의 가면을 벗기는 심리극
직장 생활과 일상의 경계는 흐려지고, 많은 직장인들은 ‘가정’에서조차 진정한 쉼을 얻지 못합니다. 정해연의 『순결한 식사』는 이런 이중적인 삶의 피로를 스릴러로 형상화한 대표작입니다.
작품은 평범한 주부이자 직장인의 아내로 살아가는 여성이 가족 내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억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겉으로는 모두가 정상적으로 보이는 식사 자리지만, 그 속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긴장감과 숨겨진 감정들이 흐릅니다.
『순결한 식사』는 직장 밖의 현실에서도 인간관계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와 성 역할 고정관념, 감정 표현의 억압 등은 직장에서 감정노동에 지친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정해연은 일상 속 불쾌한 감정을 정밀하게 포착하고, 그것이 쌓여 폭력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이 작품은 스릴러 장르에 사회비판적 시선을 덧붙이며, 직장인이 겪는 일상적 피로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유리의 살의』 – 감정의 끝에서 마주하는 선택
직장인 독자에게 또 다른 몰입형 작품으로 추천할 만한 『유리의 살의』는 감정의 축적과 폭발을 테마로 합니다. 주인공 유리는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끊임없이 무시당하고 투명한 존재로 취급당하는 현실 속에서 점차 분노를 쌓아갑니다.
직장인들이 이 작품에서 공감하는 부분은 ‘겉으론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사회적 태도입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압박은 많은 독자에게 익숙한 감정일 것입니다.
정해연은 유리가 마침내 폭력적인 결단에 이르기까지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억압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유리의 살의』는 범죄 자체보다, 그 범죄가 만들어지는 내면의 기제를 추적하는 작품입니다. 스릴러의 외피를 입었지만, 실제로는 현대인의 심리 상태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현실 문학에 가깝습니다.
정해연 작가의 스릴러는 단순한 긴장감과 반전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녀의 작품은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스릴러가 아니라,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스릴러입니다. 직장에서 느끼는 피로, 사회 구조에 대한 무력감, 감정 노동과 위선적 인간관계 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이러한 문제들을 정해연은 소설로 풀어냅니다.
『이런 게 어른이라면』, 『순결한 식사』, 『유리의 살의』는 모두 직장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며,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공감과 위로를 제공합니다.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정해연의 스릴러,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독자층이 바로 우리, 직장인일지도 모릅니다.